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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지스님 법문

천진암지와 주어사지 슬픈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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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조회9회 작성일 24-04-18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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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진암(天眞庵)은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 천진암로 1203에 있는 천주교 성지로 알려진 곳이며 주어사지(走魚寺址)는 경기도 여주군 산북면 하품2리 앵자봉 서쪽기슭에 있는 사지이다. 이 두 사지는 천주교 입장에서는 성지에 해당하지만 불교 입장에서는 천주교인들을 지켜주려다 처형당하고 폐사가 된 가슴 아픈 사연이 있는 곳이다.

17세기 당시는 중국을 통해서 새로운 문물들이 들어오던 시절, 실학에 눈뜬 젊은 유학자들 사이에는 강학회를 조직하여 유학을 공부하면서 몰래 숨어서 천주교 서적을 읽던 시대였다. 그 대표적인 인사인 이벽, 정약용·정약전·정약종 3형제와 이승훈, 권철신 등이 천진암에 모여 천주학을 공부하고 묵상하고 기도하던 곳이었다. 권철신 등은 천진암과 주어사를 오가며 천주교 관련서적들을 공부하였다는 사실이 나중에 발각이 되어 당시 정치적 상황과 맞물려 신유박해로 이어졌으며, 천진암과 주어사에서 머물며 천주교를 공부했던 이들 대부분은 처형을 당하거나 옥사를 했으며, 배교를 한 사람들은 귀양을 가기도 하였다. 그리고 당시 천진암과 주어사에도 모진 탄압으로 스님들은 처형당하고 사찰은 폐사를 당하고 말았다.

당시는 지방 사대부들이 지방 사찰을 수탈하고 마음대로 이용하던 시절이었다. 천주학을 했던 이들은 진보적인 남인세력들이 많았다. 이들을 탄압하기 위한 집권보수 노론세력들은 정순대비를 등에 업고 대대적인 탄압의 명분으로 사교집단으로 몰아 박해를 가하였다.

박해를 받은 천진암은 박해당시 숨진 천주교 인사들의 묘지를 옳겨 천주교 성지로 변해있고, 주어사는 폐사지로 남아 있다. 주어사지에 있던 해운당 의징대사 비는 절두산 성당에 가있고, 부도탑은 여주시청에 가있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문화유적을 훼손하고 천주교 성지를 조성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하루빨리 문화재는 제자리에 돌아가야 하며, 천진암과 주어사는 천주교와 협력의 상징으로도 복원이 되어야 한다.

교황 방한을 앞두고 있다. 순교한 이들에게 시복식을 한다고 한다. 당시 천주교인사들을 도와주었다는 이유로 처형당하고 피해를 입은 불교계에 합당한 예의를 갖추는 것이 도리가 아닐까? 폐사되었던 천진암과 주어사를 복원하여 불교계에 돌려주어야 진정으로 시복의 길이 아닐까 생각한다.

[불교신문3028호/2014년7월23일자]

 

 


 

보산스님 논설위원·고양 길상사 주지

출처 : 불교신문(http://www.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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